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차량과 주요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세단, SUV, 크로스오버, 미니밴, 카고밴 뿐만 아니라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도 포함된다.
시행일은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3일 0시1분이며,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외국 브랜드는 사실상 전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발표는 소비자 혜택도 포함됐다. 소비자들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비용은 세금공제 혜택 제공받는다.
다만, 자동차 부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내 특정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 현실적으로 자동차 부품 업계는 멕시코를 중심으로 낮은 노동력을 통한 가격경쟁력(고객사 납품 단가 충족 및 마진율 확보)을 유지해왔다. 미국산 자동차 대비 미국산 자동차 부품이 적은 이유다. 업체가 높은 인건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자동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정권이 이와 관련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부품 대상 USMCA 적용을 통한 차등 관세 유지를 유지한 이유로 풀이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업계는 해외에서 생산 및 수입하는 일부 자동차 생산라인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밖에 없으며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다만, 부품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앤더슨 경제 연구소에서 분석한 8% 자동차 가격 증가보다는 완화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앤더슨 경제연구소는 멕시코,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미국 평균 자동차 가격은4000달러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며 “전기차의 경우 1만2000달러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은 기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대체하기 위해 2020년 7월 발효됐다. 핵심 골자는 자동차·농산물·지식재산권 등 주요 산업 규정을 재정비하는 데 있으며, 특히 자동차 부문이 가장 큰 변화와 관심을 받고 있다.
NAFTA 시절에는 북미 내에서 생산된 완성차와 부품이 일정 수준 역내부가가치 비율(RVC)을 충족하면 무관세로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반면 USMCA로 넘어오면서 역내부가가치 비율이 대폭 상향되고, 신규 노동 임금 요건이 추가돼 한층 까다로운 기준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핵심 요건은 ▲전체 차량의 75% 이상 부품이 북미에서 생산 ▲고임금(시급 16달러 이상) 노동자가 제조한 부품 비율 요건 포함 ▲북미산 철강, 알루미늄 등 70% 이상 사용 규정 적용 등이다.
USMCA 규정 부록에 따르면 핵심 부품은 엔진, 차대, 차축, 변속기(트랜스미션), 충격흡수장치, 스티어링 박스 등이다.
주요 부품은 타이어, 펌프, 컴프레서, 에어컨 모듈, 베어링 및 베어링 하우징, 범퍼, 안전벨트, 브레이크, 보기륜(로드휠), 라디에이터, 머플러, 에어백, 시트 및 시트 부품 등이다.
보조 부품은 파이프, 촉매변환장치, 밸프, 탭과 코크, 배전기 및 점화 코일, 전기 조명, 윈드실드 와이퍼와 디프로스터, 전자 스위치, 절연 전선 세트, 측정기구 등을 포함한다.

◆관세 적용, “원산지 기준 75%”가 최대분수령USMCA의 NAFTA 대비 가장 큰 변화 핵심은 역내부가가치 비율(RVC) 조정이다. NAFTA 시절 완성차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요구됐던 기준은 약 62.5%였다. USMCA 발효 이후에는 이 기준이 75%로 높아졌다.
완성차 업체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미국이 부과하는 MFN 관세(승용차 기준 2.5%, 픽업트럭 등은 25%까지 가능)를 내야 한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도 품목별로 엄격한 역내 생산 비율이 적용된다.
북미 3국 내 완성차·부품사들은 공장 재배치나 부품 공급망 재편 등을 추진해 ‘원산지 규정 충족’을 위한 대응에 해 왔다. 특히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어느 정도까지 미국산 부품으로 대체해야 할지가 핵심 과제다.
◆멕시코의 저임금 이점 약화..철강·알루미늄도 북미산 70% 이상 사용해야USMCA는 과거 NAFTA 대비 노동 관련 조항을 대폭 강화했다. 자동차를 무관세 혜택으로 수출하려면, 완성차 생산 공정의 약 40~45% 이상이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공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승용차 기준은 40%, 픽업트럭·SUV 등은 45%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 저임금 공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던 구조를 바꿔, 북미 지역 전체 노동자 임금 수준을 상향 조정하고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멕시코 내 공장 인건비 인상 압박과 생산 단가 상승이라는 부담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특히 ‘승용차 및 핵심 부품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75% 조건’ 미충족시 승용차 관세는 2.5%에서 25%까지 오르는 셈이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알루미늄 원재료 역시 70% 이상을 북미 내에서 조달해야 무관세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고, 역내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다만 철강·알루미늄은 미국 무역확장법(섹션 232) 규제 대상이기도 해서, 쿼터나 별도 관세(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될 여지도 있다. 즉 USMCA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미국이 전략적 판단을 내릴 경우 추가 보호무역조치가 병행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업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무관세 혜택 vs. 생산 비용…수혜기업은?완성체 업체들은 역내 생산·조달 비율을 맞추기 위해 미국 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멕시코 내 공장 운영 방식을 재조정하고 있다. 또한 협력 부품사들에 대해서도 ‘가급적 북미산 재료를 더 많이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또한, 멕시코 공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임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현지 임금 인상이나 노사협상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일부 생산 공정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미국·캐나다로 이전되기도 한다.
앞으로 자동차 업계의 핵심 쟁점은 자동차 부품의 관세율 0% 혜택으로 예상한다. 원산지 비율(75%), 임금 요건(40~45%), 철강·알루미늄 북미 조달(70% 이상) 등이 충족 요건이다.
자동차 생산 공장의 미국 이전 또는 미국 내 확장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자동차 관세 정책이 구체화된 가운데, 투자업계에선 수혜기업과 피해 기업을 셈하기에 여념이 없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GM과 Ford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테슬라(Tesla)는 생산과 조립이 모두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만큼 관세에 더 적게 노출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조치 역시 일종의 초기 협상 카드라고 보고 있으며, 세부안(관세율과 적용 범위)이 매주 변경될 수 있는 유동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일주일 사이에 더 많은 세부사항이 공개되겠지만, 투자자들은 상세 정보가 부족한 높은 수준의 관세율 수치에 대해 실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