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존 컴퓨터로는 현실적인 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양자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이른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달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캐나다 양자 컴퓨팅 기업 디웨이브(D-Wave)가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자사의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전통적 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자기 물질(자석과 같이 자성을 가진 물질)의 시뮬레이션을 해냈다"고 보도했다.
디웨이브 측은 해당 시뮬레이션을 20분 이내에 마쳤으며, 이는 미국 테네시주의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슈퍼컴퓨터로는 약 100만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디웨이브 수석 과학자인 앤드루 킹은 “자기 물질이 환경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해야만 새로운 자기 물질이나 관련 기술을 설계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웨이브 앨런 바라츠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의미에서 이는 양자 컴퓨팅의 ‘성배(holy grail)’와도 같다”며 "센서, 스마트폰, 모터, 의료 영상 장비 등에 쓰이는 자기 물질 생산에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양자 컴퓨터가 단계적으로 계산을 수행하는 ‘양자 게이트’ 방식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디웨이브는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양자 어닐링은 여러 해답 후보를 동시에 시험하며 가장 최적의 답을 빠르게 찾는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에서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양자 우위’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2019년 자사의 양자 컴퓨터로 기존 컴퓨터가 1만년 걸릴 계산을 200초 만에 수행했다고 발표했으나, IBM이 자사 슈퍼컴퓨터로는 2~3일이면 풀 수 있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었다.
WSJ은 디웨이브 사례 역시 일부 과학자들이 전통적인 컴퓨터로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학계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