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주가가 최근 1년 동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고가로 수주했던 신조선 물량이 건조·인도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과도한 철강제품 공급이 이어짐에 따라 선박 건조 원재료인 후판(6mm 강판)의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으며 ▲3사 모두 신조선 수주잔고가 3년 이상 쌓여 있어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서다.
이 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무탈하게 조선 3사의 주가가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내부적으로 다소 다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각 회사의 사업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 주가는 1년 동안 157% 올랐으며 같은 기간 동안 한화오션은 91%, 삼성중공업 67% 올랐다.
특히 미국 정부의 중국 조선사 규제 정책이 국내 기업들의 전망을 밝게 한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일 미국에서 직간접적으로 사업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 군사기업 리스트에 ▲중국 조선사 CSSC 오프쇼어&마린엔지니어링 ▲중국선박공업무역(CSTC) ▲해운사 중국원양그룹(COSCO) 등을 포함시켰다.
미국은 꾸준히 중국 압박을 진행하면서, 자국의 조선업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조선사과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이고, 이러한 상황은 한국 조선업계에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전망이다.

◇ HD현대중공업, 실적과 그룹 시너지로 움직이는 주가
1972년 설립된 HD현대중공업은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연혁이 긴 기업이다. 야드 규모 역시 635만㎡(약 192만평)로 국내 최대 수준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 기업의 실적이 한국 조선업계 상황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증권가 또는 개인 투자자들의 조선업종 투자 지표가 되기도 한다.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상황 속에서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2분기 영업이익 686억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조선업계 수퍼사이클(초호황)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무엇보다 대표 기업인 HD현대중공업이 매해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기업이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시장에선 현재 시기를 수퍼사이클 시기라는 평가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2분기 2.23% ▲3분기 0.45% ▲4분기 4.06% ▲2024년 1분기 0.71% ▲2분기 5.04% ▲3분기 5.71% ▲4분기 6.33%(예상)을 기록했다.
일부에선 안정적인 수익과 더불어 계열사와 시너지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HD현대중공업은 타 기업과 다르게 자체적인 엔진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으며 HD현대 그룹의 타 계열사와 지속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시키고 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리포트를 통해 “꾸준히 오르는 HD현대중공업의 주가에 밸류에이션 부담을 언급하는 여러 투자자들이 있지만, 이 기업은 엔진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어 조금 다른 시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자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의 시가총액은 약 6조8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또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 건조 물량이 늘어날수록 엔진사업부의 이익 또한 증가한다. 앞으로도 실적 우상향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자율운항선박 솔루션을 담당하고 있는 아비커스, 선박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 등 HD현대 그룹 계열사들은 지속적으로 HD현대중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아직까지 자율운항선박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보편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그럼에도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에이치라인해운과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컨트롤’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업계 최초로 시현했다.
또, HD현대중공업의 신조선 건조 물량이 늘어날수록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실적이 우상향 할 것이라는 소식도 빈번하게 전해진다.
HD현대중공업은 같은 그룹 계열사와 함께 시너지를 꾸준히 창출하고 있어 보다 많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고, 이에 더욱 가파른 주가 상승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 한화오션, 실적 부진 이어지고 있어도 ‘방산’이 기업의 얼굴 책임지고 있어
한화오션은 실적만 따지고 본다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2년 동안 영업이익 흑자와 적자를 번갈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1년 동안의 주가 상승률은 삼성중공업을 능가하며 시총 또한 약 25%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그룹의 방산 이미지가 한화오션 기업 이미지에 덧대어 졌다는 평가다.
사실 한화오션의 방산 사업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상선 매출 비중은 80%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이 부문에서 상당한 마진이 확보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국내서 진행되는 특수선(군함) 사업은 상선에 비해 마진이 적은 편이다. 특수선 계약은 해군, 방위사업청, 해양경찰청 등 국가기관서 발주가 진행되는 만큼 마진이 박하다. 기업 실적을 제고하면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다량을 상선을 건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화오션은 적극적인 특수선 사업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지난해 6월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계를 진출하는 행보를 보였다.
현재 한화오션은 이 조선소에서 어떠한 이익도 취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한국 조선업계에 다량의 군함 유지보수(MRO), 신조선 건조 의뢰 등을 맡길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에 따른 주가 상승은 꾸준히 한화오션에 집중되고 있다.
한화그룹 후계자 김동관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방산 PR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한화오션의 방산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 2023년 5월 그룹으로 편입된 후, 김 부회장은 같은 해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 참가한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새롭게 가족이 된 한화오션을 크게 반겼다.
그는 이후 여러 차례 방산과 함께 한화오션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곤 했으며 지난해 10월엔 직접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만나는 등 적극적인 PR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방산에 진심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해 가면서 트럼프, 조선, 방산 이라는 섹터에 모두 발을 걸칠 수 있게 된 평가를 받는다.
◇ 삼성중공업, 견조한 실적… 다만 특징이 없다
삼성중공업은 꾸준히 호실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없다가 생긴 특별한 이슈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는 상선 및 해양플랜트 건조·인도로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온 고착화 된 형태이다.
즉 증권가 및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쉽지 않으며 새로운 사업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지 않고 있다. 증권가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높일 요소 또한 좀처럼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한 방산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으며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같은 오너가의 지원 사격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이 같은 요소로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 조선 3사 중에 가장 낮은 주가 상승을 시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