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사이트
[인사이트] "韓 게임시장 안 끝났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스타 2024 현장 돌아보니
숏컷
해당 콘텐츠는 2024년 11월 15일에 공개된 내용입니다.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 2024'가 부산에서 개막했습니다. 때마침 올해 2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됩니다. 매년 부산을 찾는 저희 역시 올해도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를 찾았습니다. 시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의 절대다수는 게임이 차지하고 있죠. 업계가 어떻게 내년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지, 현장 분위기를 조망해 봤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최고조...펄어비스 붉은사막 '1000만장' 가즈아
올해 지스타 최대 기대작은 펄어비스 붉은사막-크래프톤 인조이로 요약됩니다. 두 게임 모두 신규 IP죠. 던전앤파이터 IP 기반 신작을 앞세운 넥슨보다 상대적으로 더 기대치가 높습니다. 물론 넥슨과 넷마블 부스에도 인파가 상당합니다. 일단 금요일 오후 1시 기준, 이 4곳의 부스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붉은사막의 경우, 최소 대기 시간이 3시간입니다.
언론보도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 보니 안전 위험 때문에 아예 줄을 서지 못하게 하더군요. 인원이 빠질 때마다 대기를 받는 방식입니다. 벡스코 공간에서 줄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아마 주말이 되면, 붉은사막 하나를 플레이하기 위해 반나절을 날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게임 시스템 설명 10분, 게임 시연 시간 40분인데 시연기기는 100대에 불과하니, 대기는 필수입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의 자체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개발하고 있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죠. 2019년 개발 공표 이후, 어느덧 5년째인데 내년 상반기 출시가 유력합니다. 더이상 출시일로 장난을 치지 않겠다는 내부의 분위기를 확인한 상태입니다. 올 12월 미국 TGA에 맞춰서 출시 일정을 공표할 예정입니다. 실제 이번 지스타에 내놓은 버전은 사실상 출시 빌드로, 지난 8월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버전보다 진일보한 모습입니다. 기존 빌드를 그대로 가져올 거라고 공표했는데, 여론이 좋지 않으니 결국 완성도를 일부 포기하고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이에 이번 지스타에서 새로운 보스가 공개됐고,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게임스컴에선 없었던 록온 기능이 추가돼 전투에서의 자유도가 더 커졌습니다. 액션은 확실히 합격점이라는 평이 현장에서도 들리더군요. 개인적으로 오픈월드 액션 RPG 중에서도 이정도의 타격감을 보여준 게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연 버전은 콘솔, 그중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진행됩니다. 시나리오에서는 어두운 밤에 펼쳐지는 다수의 인물 간의 전투를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는데, 횃불에 비치는 여러 지형지물의 묘사부터 현실적인 모습으로 구현된 적들과 용병들의 외모 등을 보면 레데리2나 GTA 시리즈보다 확실히 그래픽 측면에선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폐허가 된 성곽,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잎사귀와 갈대밭의 표현 등 트리플A급 게임의 퀄리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대를 모았던 자유도 높은 탐험, 도중 만날 수 있는 다양한 NPC들의 생활상 등은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최적화 이슈 등으로 인해 오픈월드 콘텐츠 상당수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또 욕을 많이 먹어서인지, 난이도는 일부 낮췄네요. 위쳐3를 기대하는 이들이 타깃 시장인 만큼, 과도한 소울라이크 느낌을 일부 지운 느낌입니다.
시장 컨센서스는 첫 분기에 300만~500만 장인데, 현장 분위기가 엄청 뜨거웠기에 국내 시장에 한정해서도 기대감이 큽니다. 퀄리티에 대한 부분은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내심 1000만 장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타크리틱 점수를 예상해 보자면 대략 80점대 중후반은 돼야겠죠. 스텔라 블레이드-P의거짓을 넘어야 하고 500만 장 이상을 팔아야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작 출시 미룬 크래프톤의 자신감...인조이 3월 출시 도전장
크래프톤 전시관에선 신작 '인조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도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는데, 대기 시간은 2시간가량입니다. 이용자가 신이 돼 소망하는 삶의 모습대로 모든 것을 창조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하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사실상 심즈를 타깃으로 개발됐죠. 역시 내년 출시 예정인데, 아예 3월이라고 출시 일정을 박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죠.
이미 인조이는 앞서 열린 독일 게임스컴 2024에서 실사를 방불케 하는 그래픽으로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호평받은 상태입니다. 사실 인조이는 작년 지스타에 출품돼 각광을 받았는데, 당시 시연존이 약 10대로 구성돼 해본 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사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게임스컴에서 주목을 받은 탓에 지난해보다 현장 기대감이 더 큽니다.
언리얼엔진5로 제작된 고품질 그래픽을 통해 얼굴, 몸, 피부, 의상, 액세서리를 포함해 연령대, 성별까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고, 크래프톤의 2D 디퓨전과 3D 프린터, 모션 생성 기술 등 다양한 AI 기반 기술이 탑재돼 유저는 간단한 입력만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템을 만들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심즈와 거의 유사한 게임 패턴이지만, 실사화의 재미, 그리고 보다 구체화된 라이프 콘텐츠에서 경쟁력이 있을 듯합니다.
사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여전하고, 인도 버전의 승승장구로 실적 면에선 매분기가 어닝서프라이즈입니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사상 최대로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원에 달합니다. 누적 영업이익도 이미 1조원에 도달했죠. 힌디어 외에 인도 내 추가 언어 확장과 대규모 e스포츠 대회 개최 등으로 인도 유저들의 허들도 연일 낮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배그 IP의 MAU는 매달 늘고 있어, 좀처럼 하향안정화의 모습을 띠지 않고 있죠. 이때문인지 최근 기대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출시를 연말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는데 인조이만큼은 얼리 억세스 방식으로 내년 3월에 빠르게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의외로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아크, 딩컴 투게더가 주목을 받았는데, 프로젝트 아크는 배그 개발사 펍지의 차기작이죠. 5대5 팀 기반의 슈팅 게임으로, 14명이 모여 약 1년간 만들었다고 하네요. 1인칭 슈팅에서 벗어난 시점이 참신했고, 조준의 능숙함을 넘어 지형지물 등 전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슈팅 장르와 차이점이 엿보였습니다. 딩컴 투게더는 생존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채집하고 사냥해서 마을 꾸미는 게임입니다. 동물의숲과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오픈월드 샌드박스라는 점에서 소셜 기능이 관건이 될 듯합니다.
◆부활한 넷마블, 카툰 렌더링의 최강자
올해 지스타의 또다른 주인공은 바로 넷마블이죠. 게임 본업 대신, 투자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던 오너그룹이 다시 본업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덕분에 올해 출시된 나 혼자만 레벨업이 게임대상을 거머쥐었죠.
사실 넷마블은 게임 개발 기조를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모바일 위주에서 멀티플랫폼으로, 그리고 모바일에 거점을 두더라도 플레이 창구를 PC로 확장해 지급수수료를 크게 줄여놨습니다. 덕분에 자체 IP를 무리하게 우려먹는 것에서 나아가 외부 IP도 다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서 이제 과거보다 확실히 자신감이 붙은 행보입니다. 돈 벌어서 플랫폼, IP 홀더 떼주면 남는 게 없던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졌죠.
넷마블은 올해 170개 시연 기기로 신작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몬길: 스타다이브' 등 2종을 내놨는데 넷마블은 부스에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철왕좌 모형을 설치해 시선을 끌었습니다. 먼저 몬길: 스타다이브는 넷마블의 자체 IP 모바일 RPG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를 원작으로 하는 액션 RPG인데, 의외로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장을 둘러보니 재미있다는 후기들이 상당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아시듯 넷마블은 고퀄리티 카툰 렌더링의 최강자입니다. 이 부분을 놓쳐선 안됩니다. 서브컬처 시장의 이용자까지 끌어안기 위해 스토리에 공을 들인 점도 특징입니다.
또다른 기대작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는 에미상 12관왕, 미국 TV 쇼 역대 시청자 수 1위 등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오픈월드 RPG입니다. 넷마블이 워너브라더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산하 HBO의 공식 라이선스를 획득해 개발 중이죠. PC-모바일 동시 출시로 액션 RPG 장르임에도 오픈월드로 개발 중입니다. 특히 넷마블은 국내시장 및 아시아보다 북미-유럽에 먼저 출시하는 방식을 고민 중인데,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고려한 전략입니다.
넷마블은 국내 상장사 중 유일하게 일매출 3억원 이상의 다수 작품들을 출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자체 개발 스튜디오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해외 퍼블리싱 인프라도 갖춰 게임사 중 현재 업황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회사로 꼽힙니다. 이미 해외매출이 80%에 달합니다. 이제 완연히 적자에서 벗어난 만큼, 내년을 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지스타엔 등장하지 않았지만, 내년 출시될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입니다. 올해 나혼렙 수준의 흥행을 일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이한 넥슨의 경우, 4개의 신작을 가지고 나왔는데,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카잔과 오버킬이 핵심입니다. 두 게임 모두 인파가 몰려서 관객이 줄 서는 것을 막기도 했네요. 두 게임은 모두 던파 IP를 활용해 개발했지만, 카잔은 던파 세계관을 계승한 게임으로 볼 수 있고 오커빌은 원작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던파 경유저들이 이질감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던파를 즐긴 한국인은 무려 2000만명, 중국은 7억명에 달합니다. 던파 모바일의 흥행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죠. 던파 IP의 힘을 잊어선 안됩니다.
👨💻Personal opinion
사실 올해 게임업계는 예상했던 기대작보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흥행작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수 모바일을 넘어 글로벌 멀티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통의 시간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트렌드에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 급격한 기업가치 하락도 나타났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대형 게임사들은 AI 적용 등을 거쳐,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반등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국내 게임의 해외 흥행사례는 연일 줄을 잇고 있습니다. 중국과 아시아 권에서 빛나는 던파 IP와 웹툰 기반의 나 혼자만 레벨업, 매달 이용자가 늘어나는 배틀그라운드가 대표적이죠. 여기에 스텔라 블레이드-퍼스트 디센던트로 이어지는 콘솔 기반 멀티플랫폼 히트작은 한국 게임사들의 외연을 확장한 사례입니다. 중국 시장의 판호 발급도 줄을 잇고 있고,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신작들에게도 문호가 열리는 분위기입니다.
더불어 구글-애플의 앱수수료도 점차 인하되는 분위기죠. 업계 분위기를 보면 실질적인 앱수수료 인하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 해외향 신작 개발을 시작했고 이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게임시장은 연말을 전후로 저점을 찍고,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IT프로 기자 itpro@finance-scop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