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생산량이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넘길 전망이다.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물량 공세로 글로벌 D램 업체 '3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격차가 적은 범용 메모리 제품을 앞세워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업체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 6% 수준에 머물렀지만, 내년 3분기에는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CXMT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량마저 추월한다”고 전망했다.
CXMT의 주력 제품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쓰이는 저전력 D램인 LPDDR4X와 PC용 DDR4 등 레거시(구형) 메모리다. DDR5나 LPDDR5X를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3세대 이상 기술력이 뒤처졌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수요가 지속적인 개발 투자와 기술 격차 줄이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XMT는 최근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해 고객사들에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한국과 기술 격차가 있지만 중국 내부의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이례적 사과 "中 메모리에 수익성 악화"지난 8일 실적 발표를 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 전망했던 10조 원대 영업이익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당일 “중국 메모리업체의 구형 제품 공급 증가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별도 설명자료를 냈다.
실제로 CXMT는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의 8월 리포트에 따르면 CXMT의 올해 주력 생산 제품은 17나노미터(nm) D램으로, 전체 생산량의 53%를 차지했다. 지난해 주력 제품이었던 19나노 D램에서 1년 만에 공정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내년에는 16나노 D램 생산 비율을 33%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0나노급 6세대 D램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중국 회사와 삼성전자는 여전히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CXMT 등의 성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에 더해 중국 업체들이 레거시 D램을 공략하면서 삼성전자의 D램 재고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최고급 D램으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중국 업체들은 하위 시장을 잠식하면서 삼성전자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술 격차 좁히는 中, D램 4강 체제 돌입 가능성D램은 기술 장벽이 높아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 최근 CXMT는 중국 당국의 보조금 지원으로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기존 3강 체제에서 4강 체제로 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D램 업계에서 월 68만 장의 웨이퍼를 투입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D램 웨이퍼 투입량의 37%를 차지하는 규모다.
CXMT는 삼성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CXMT 생산능력이 지난해 말 기준 월 12만장에서 올해 월 16만장으로 크게 늘었다”며 연내 월 20만장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예정대로 CXMT의 생산능력 확장이 이뤄진다면 전체 D램 생산의 15%를 차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中, 美 제재에 반도체 장비 기술 자립 속도↑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자국 기업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압박을 가하며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FDPR(해외직접제품규칙)을 적용해, 미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제품은 수출 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뿐 아니라 심자외선(DUV) 장비 관련 서비스도 중국 기업에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웨이퍼 가공과 조립, 패키징 및 테스트용 반도체 제조 장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120억 달러(약 16조 200억 원)를 기록했다.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자국산 장비를 대거 주문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시장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나우라 테크놀로지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4.5% 증가했다.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용 장비를 생산하는 창촨테크는 같은 기간 순이익이 949.3%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장비 기술의 내재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EUV 노광 장비와 같은 첨단 장비는 단시간에 개발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