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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드디어 시작된 K-방산

FS 콘텐츠팀 기자

입력 2024.08.30 11:24수정 2024.10.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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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2024년 8월 30일에 공개된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여의도 매력녀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뉴스가 나왔습니다. 29일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의 최대 함대인 '7함대' 소속의 4만 톤급 보급선에 대한 MR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태평양에 주둔하고 있는 제7함대는 미 해군의 최대 함대입니다. 한화오션이 수주한 프로젝트는 노후화된 4만 톤급 보급선을 육상 야드에 올려놓고 부품을 분해해 새롭게 개조하는 창정비 프로젝트입니다. 해당 작업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한화오션이 수주한 프로젝트의 규모, HD현대중공업도 미국 MRO 프로젝트 수주가 가능할지 여부입니다.

사진=한화오션


◇앞서 나간 한화오션의 미 MRO 수주

한화오션이 수주한 미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은 4만 톤 규모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업 규모와 정비 기한 등의 내용은 군사 정보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미해군 군수지원함은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에 입항해 함 전체에 대한 정비 및 검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사실상 해당 프로젝트가 신조 건조만큼 큰 규모의 계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7함대 내 다른 물량의 MRO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동시에 당장은 Jones Act로 직접 수주는 어렵지만 국내 조선소에서의 MRO를 시작으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조선사에서 MRO 사업을 수주하고 종국에는 미국 본토의 군수지원함 신조까지 도전하겠다는 장기 계획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수주한 프로젝트에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보급선의 MRO 비용을 분석한 결과 도크 점유는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자체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입찰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물론 HD현대중공업 역시 한화오션과 마찬가지로 미국 MRO 사업의 참가 자격을 얻기 위해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맺었습니다. 심지어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보다 먼저 체결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미 함정 유지보수 시장 진출 길 열렸다(2024.07.11)
한화오션,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 체결(2024.07.22)

즉, 한화오션은 미국 MRO 사업을 물량 확보에 집중해서 접근했으나, HD현대중공업은 수익성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하겠다는 전략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물론 현시점에서 어떠한 전략이 좋은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상증자와 호주 오스탈(Austal),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등으로 높아졌던 한화오션의 방산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그럼, 미국의 조선업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조선업의 과거와 현재

미국의 조선업은 정책으로 급격하게 성장했으나, 정책으로 쇠퇴한 산업입니다. 그 시작은 1920년 Jones Act를 제정하면서부터였습니다. Jones Act는 미국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미국이 건조, 소유 및 운영하도록 요구한 법안입니다. 법안 덕분에 미국 조선소들은 글로벌 조선소와의 경쟁 없이 효율적인 산업의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심지어 1975년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은 70척을 상회하는 등 생산능력 측면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글로벌 조선소와의 경쟁이 없는 지나치게 효율적이었던 미국 조선업은 당연하지만, 설비투자에 보수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노후화된 설비로 납기 지연은 물론 건조 비용이 도리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 질서를 구축하고 경쟁력이 낮고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분야에 대해 재정비를 선호하던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보조금이 철폐됩니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보조금 중단은 결국 미국 조선업의 쇠퇴를 더욱 가파르게 만드는 뇌관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조선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시작된 쇠퇴
 
자료 : Financial Times

장기간에 걸친 미국 조선업의 쇠퇴는 상선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미국 해군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 건조된 미국 함정들의 선령이 30~40년이 넘어가면서 유지보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간 쇠퇴기를 겪은 미국 조선소의 역량만으로는 함정 건조는 물론 유지보수(MRO)까지 충족시키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현재 미국의 조선소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남아있는 조선소의 시설은 낙후되었으며, 조선업에 필수적인 숙련공 또한 사라지는 상황으로 현재 미국은 연간 1.2척의 건조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1975년 연간 70척을 건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 조선업의 규모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더욱 잘 와닿습니다. 실제로 미 해군은 잠수함의 교체 수요를 감안해 매년 2척을 주문해왔지만, 2024년 10월 1일에 시작하는 2025 회계연도 미 해군용 Virginia 급 잠수함의 수주는 1척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미 해군을 위한 잠수함은 General Dynamics와 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두 조선사가 번갈아 가면서 건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조 역량 부족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6척을 인도해 연평균 1.2척에 그쳤습니다. 미국은 AUKUS 동맹국인 호주에 3척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2023, 2035, 2038년 각 1척씩 판매하기로 계약한 상황까지 고려하면 두 조선소는 매년 2.33척을 인도해야 합니다. 1.2척 인도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괴리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현재 두 조선사가 건조 중인 잠수함은 12척에 달하며 올해 인도 예정인 잠수함은 1척에 불과합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금까지 건조된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총 22척입니다. 수주부터 인도까지 최소 71개월에서 최대 135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22척이 수주부터 인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00.2개월로 8.4년에 달합니다. 결국 이와 같은 극심한 인도 적체는 곧 정기 정비와 수리 일정에도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 해군이 선박 건조를 발주하는 조선사(민간)
 
출처 : GAO analysis of Navy and shipbuilding contractor data


◇미국, 새로운 모멘텀으로의 등장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3일 SNS를 통해 전미철강노조(USW)를 비롯한 일부 노조들이 조선업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며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맞설 것이며, 미국 노동자와 일자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목적은 미국 조선업의 부흥과 일자리 창출이지만 사실상 미국의 조선산업은 1980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왔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조선업의 부흥이라니 매우 갑작스럽습니다. 

사실 미국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조선산업에 대한 불편함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중국의 상선 건조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보다는 중국 해군의 군사력 강화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온 조선업의 부흥이 핑계였음에도 미국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의 전투용 함정 수는 328척으로 미국의 289척을 앞섭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건함 속도를 유지할 경우, 2025년에는 400척, 2030년에는 425척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전투함은 2025년 286척, 2030년 290척으로 예상되는 등 함정 보유량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성능 전투함을 대량 건조하면 미국의 해군력 우위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보유 함정 척 수
 
출처 : CRS(China Naval Modernization)


미국의 낙후된 조선업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한 플랜B는 동맹국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바로 일본과 우리나라입니다. 동맹국의 조선업으로 낙후된 자국의 조선업의 빈틈을 채우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2023년 2월 함정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인 토머스 앤더슨 해군 소장, 2024년 2월에는 미국 해군성 장군인 카를로스 델 토로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은 미 해군 함정의 유지, 보수, 정비(MRO)사업을 한국조선소에 위탁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MRO는 함정이 임무 수행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수리 및 점검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입니다. 영국 군사정보 전문업체 제인스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 특수선 시장 규모를 약 1조 달러(약 1,320조원)로 예상했습니다. 이 중 국내 조선사가 집중 공력하고 있는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은 2,430억 달러(약 320조 원)로 추산됩니다. 또한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6억 달러(약 78조 원) 수준이며, 그중 미국의 MRO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조 원에 달합니다. 

MRO 사업은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되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이 보장됩니다. 즉,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는 해운 업황과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박 수주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사업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는 최근 미 해군의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입니다. 


👩‍💻Personal Opinion

지금의 미 MRO 사업은 수익성을 따지기보다는 트랙 레코드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미 함정 MRO 수주에 나선 한화오션의 방산 부문이 더욱 기대됩니다. 


FS 콘텐츠팀 기자 team_contents@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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