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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中 검은신화: 오공이 韓 게임시장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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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2024년 9월 24일에 공개된 내용입니다.
발매 2주 만에 전 세계 2000만 장 판매고를 올린 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전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습니다. 게임성 자체보다 흥행 지표가 압도적인 탓에 국내 게임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죠. 혹자들은 한국 게임시장의 해가 저물고 있다는 비관적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증시 움직임과 별개로 국내 게임사들의 경쟁력은 여전하며 오히려 한국 게임사들이 '오공'의 수혜를 크게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연 3000만 장 판매고 앞둔 中 오공...판매량 85%가 중국 내수
검은신화:오공이 출시 2주만에 2000만장 가량을 팔아치웠고 연간 총 추정 판매량은 3000만 장 규모까지 높게 책정된 상황입니다. 엘든링은 진작에 넘어섰고, 올해 최고의 게임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달 20일 출시한 오공은 출시 1시간도 되지 않아 동시 접속자 100만 명을 돌파했고 출시일 당일 스팀에서는 동시 접속자가 무려 222만 명을 기록해 역대 출시한 게임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중국 내 8월 게임시장 매출은 336억 위안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15%가량 순증한 것입니다. 침체됐던 대륙 게임시장이 오공 덕에 엄청난 수요 폭증세를 보인 것입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오공의 인기에 대해 "중국 문화의 매력을 반영하는 중국 고전 문학 걸작인 서유기를 기반으로 했다"고 추켜세웠는데, 그만큼 중국 테크 기업의 내수 부진을 만회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모습이죠.
오공은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컨셉 독창성, 뛰어난 그래픽과 아트워크 퀄리티, 그리고 탁월한 액션성 등 여러 면에서 호평을 받았고 게임성의 지표로 여겨지는 메타크리틱 점수 82점, 스팀 평가 '압도적 긍정' 등 각종 리뷰 지표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게임성 자체에 엄청난 평가가 달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예술이 아닌 킬링 타임용으로 아주 제격이었다는 것이죠.
특히 중국풍 특유의 캐릭터와 배경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퀄리티 덕에 서구권 이용자까지 품는데 성공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소울 장르 대비 스토리 기반의 액션 어드벤처 장르라는 점에서 보다 대중적인 시각으로 게임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선진 시장의 고령화를 고려하면, 어려운 소울류만으로 대중적 흥행을 일구긴 쉽지 않죠.
사실 이 게임은 텐센트 출신 개발자가 창업한 게임사이언스가 개발을 주도, 약 6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냈습니다. 게임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3억~4억 위안(약 566억~755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발인력 자체가 수십 명 단위에 불과해 예상보다 개발비 부담은 크지 않았죠. 중국 현재의 오공 정식판 가격은 268위안, 디럭스판의 가격은 각 328위안으로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은 이미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게임 시장 내 콘솔 점유율은 1%로 우리나라(5%)와 마찬가지로 매우 작아 흥행을 예측하기 쉽지 않았지만 텐센트의 대규모 투자로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진행했고, 마땅한 콘솔 대작이 없는 빈틈을 활용해 글로벌 흥행을 이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대륙에 2000만 콘솔 유저 깔렸다...中 멀티플랫폼 신규 수요 폭증
사실 오공의 여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공은 100여 명 규모의 소형 게임사가 내놓은 게임이고, 이제 글로벌 통용 트리플 A급 게임의 개발 인력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작고, 가벼운 게임사들을 더욱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죠. 작고 가벼운데 텐센트 투자를 받았다, 이것이 새로운 게임주 투자 공식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대작을 꾸준히 내놓기 위해 2만여 명까지 인력을 키웠던 유비소프트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 결국 기업가치가 크게 붕괴된 상태입니다. 유비소프트는 결국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최근엔 일부 스튜디오들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호연 개발팀 운영에 수십여 명을 배치한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죠.
아울러 이제는 중국 내 콘솔-패키지 게임 개발, 배급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공은 전체 플레이타임이 40~50여시간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트리플A급 멀티플랫폼 게임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오공 전체 판매량 중 중국 제외분은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결국 2000만 대의 고성능 콘솔이 깔린 상태라, 신규 콘텐츠 수요는 거듭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이외 용도로도 쓸 수 있는 모바일 기기와 달리, 콘솔은 사놓으면 처리가 쉽지 않아 결국 새로운 콘텐츠 수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오공의 열풍으로 중국 현지의 고성능 PC 및 콘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달 들어 중국 주요 이커머스 타오바오에서는 'PS5 게임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등 관련 상품 검색량이 전년동기대비 무려 1379% 늘었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 콘솔 게임 유저의 숫자는 약 2000만 명, 중국 콘솔 보유자는 약 160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번 오공 열풍 덕에 내년까지 중국 내 콘솔 기기 보급규모는 2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됩니다. 완전히 없다가 새로 등장했다고 볼 순 없지만 중국의 고퀄리티 게임시장 수요가 갑자기 크게 늘었다는 것은 잊어선 안됩니다.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린 것은 기기의 보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 PC 대중화가 무르익자 던전앤파이터-크로스파이어-블소가 힘을 얻었고, 모바일 시대에는 배틀그라운드가 그 수요를 빨아들였습니다. 이제 한국산 콘솔이 대륙을 휘감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오공 사례 덕에 미국을 넘어 중국까지 멀티플랫폼 대작 게임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공 이후 게임의 등장까지 적어도 수년 가량이 남았고, PC-콘솔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라이트한 게임까지 그 수요를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에서 소구력 있는 IP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죠. 실제 최근 추석을 앞두고 텐센트 인력이 대거 방한, 엔씨소프트를 찾아 주요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갔다는 보도가 나왔죠. 현재 분위기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핵심은 서구권을 타깃으로 내놓은 멀티플랫폼 게임의 신규 수요처, 즉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콘솔'로 열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가 시장의 큰 기대가 없는 상황에서 예상 밖 흥행을 이뤄냈고, 뒤따를 멀티플랫폼 게임들도 예상 밖 수요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1000만 장 호소인'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뿐 아니라 P의 거짓 시리즈, 넥슨의 대형 신작들 모두 중국 콘솔 신작 부재 속에서 충분한 수요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콘솔을 주 시장으로 택한 멀티플랫폼 게임사 중 중국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이들이 예상 밖 성과를 가져다줄 공산이 큽니다. 이미 텐센트는 수익성과 잠재력이 있어보이는 경우 규모와 상관없이 공격적 투자를 단행 중이죠. 국내 패키지 게임 수요는 많지 않고, 결국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중국 게임사는 이제 우리 게임사들에게 앞으로 더욱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Personal opinion
게임시장은 흥행 산업이죠. 흥행과 실패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기존의 주류 콘텐츠와 다른 형태의 신작이 등장할 때 편견없이 바라봐야 합니다.
사실 트리플A급 콘솔 게임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는 곳은 국내에도 많지 않습니다. 넥슨과 크래프톤 정도이며, 라이트한 수준으로 다작이 가능한 곳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정도입니다.
기로에 선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분명 오공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고, 오픈월드라는 점에서 더 가점을 받아야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대중화를 위해선 텐센트의 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펄어비스 내부에서 결단이 필요한 것이죠.
때마침 주중 도쿄 게임쇼가 열립니다. 게임스컴 콘텐츠가 한 번 더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이며, 뉴스 모멘텀은 시프트업과 넥슨게임즈, NHN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콘솔 외 플랫폼으로 먹거리를 이어온 이들의 몸부림도 이어지고 있는데, 연말에 가까워올 수록 이들의 M&A 및 합종연횡도 표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몸집줄이기에 나선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중견 게임사 웹젠의 넵튠 인수설, 하이브와 손을 잡고 부활을 꾀하고 있는 액션스퀘어 등도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FS 콘텐츠팀 기자 team_contents@finance-scop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