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로봇 턴] ①테슬라로 본 로봇 기술 개발의 중심 ‘미국’
숏컷
-테슬라 Optimus: 미중 상호 의존의 상징
-제조 경쟁력의 키 ‘중국’
-로봇 밸류체인의 중심 미국과 중국...미국의 탈중국 가능성
최근 중국 로봇 산업의 급성장은 그 자체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학계의 활발한 연구 활동 덕분에 로봇 분야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 다만 중국이 로봇 분야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아직 로봇 기술의 핵심 요소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상호 의존 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심은 로봇 제어 능력이 될 것이며, 가격 경쟁력이 다음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선 이같은 형태로 본격적인 상용화를 점치고 있다. 국가별, 세력별 밸류체인 변화는 그 다음 단계다. 이번 시리즈는 강희진 삼성증권 연구원의 ‘로봇, 상용화라는 퍼즐, 남은 조각을 찾아서’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는 전 세계 기술 혁신의 선두에 서 있으며, 특히 미중 간의 상호 의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국의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Optimus의 대량 생산과 일부 부품이 중국의 생산력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Optimus를 제조하기 위해 탁보그룹, 삼화와 액츄에이터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양국 간 협력 구도와 유사하다. 테슬라의 Optimus는 그 연장선에 놓인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Optimus는 AI 기반의 자율 학습을 통해 동작을 스스로 습득하고, 사람의 지시 없이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의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Optimus의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자사 자동차 공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협력 구도가 미국 정부의 탈중국 제조 정책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국내 기업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될 전망이다.
◇ 초기 Optimus 공급망 전망 : 미국산 힘 토크 센서와 저부가가치 부품 아웃소싱
테슬라의 Optimus 로봇은 힘 토크 센서(Force-Torque Sensor) 등 고급 부품을 통해 뛰어난 제어 능력을 자랑한다. 힘 토크 센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복잡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발목과 손목 등 주요 부위에 장착돼 균형을 잡고 유연한 동작을 가능케 한다. 이는 테슬라가 Optimus를 개발하면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강희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옵티머스의 필요한 부분은 대부분 중국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서 “원가 절감 방안은 크게 액츄에이터를 최소한의 종류로 통일해 설계하는 것과 저부가가치 부품의 아웃소싱(중국의 값싼 공급망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테슬라는 (현재까진) 휴머노이드 액츄에이터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힘 토크센서를 현지 제조 업체가 아닌 미국 업체로부터 수급할 계획”이라며 “골드만 삭스에서 연초 추정해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도, 중국이 로봇 제어와 토크센서 등을 기술적으로 내재화할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중국의 생산 능력 주목
미국이 기술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과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Optimus의 부품 중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제조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중국의 주요 공급업체들과 협력해 이를 대량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테슬라는 탁보그룹, 삼화 등 중국 기업들과 협력해 액추에이터(Actuator)를 비롯한 중요한 부품들을 조달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탁보 그룹은 중국 닝보 경제개발구에 로봇 핵심 부품 생산 기지를 세우고 50억 위안을 투자해 로봇 전기 구동 시스템을 연구, 생산,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삼화지능제어는 로봇용 전자기 액추에이터와 지능형 주파수 변환 컨트롤러 개발에 50억 위안을 투자할 예정이다. 양사는 기존에 테슬라 전기차 산업에도 깊이 관여해 왔으며, 최근 투자 일정은 테슬라의 로봇 사업 확장을 위한 중요한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 미중 상호 의존의 지속...추후 분리 가능성 내재
미중 간의 상호 의존 구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중국은 저비용의 대량 생산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전기차에서부터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반복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미국의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양측은 로봇 밸류체인의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 관련 생산 밸류체인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첨단 기술 산업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배제 정책과 법안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략은 EU, 일본과 같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요한 산업에서 공급망을 재구성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생산 밸류체인의 내재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7월에 상하이에서 열린 World AI Conference 2024 행사에서 중국의 휴머노이드 업체들이 각자의 제품을 일렬로 전시한 모습이 화제가 됐다. 8월에 유니트리(Unitree)는 G1의 판매가를 1.6만 달러(약 2130만원)로 책정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지원하에 전개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로봇의 연구 개발 단계부터 생태계 육성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145 로봇산업발전규칙’을 발표한 후, 2023년 1월에는 ‘로봇+’ 응용행동실시방안을 발표했다.
‘로봇+’ 정책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핵심 기술을 주축 삼아, 2025년까지 산업용 로봇 밀도를 2020년 대비 2배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국의 정책 노선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AI로도 확장돼 있다. 로봇 분야에서의 글로벌 기술 패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강희진 연구원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2023년 휴머노이드 로봇 지원책을 발표했다”며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달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서는 디지털 인프라 통합과 질적 성장을 강조한 ‘AI+’ 정책을 발표했다”며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10% 증액한 3700억 위안(약 69조원)으로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