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비만 치료제가 메가트렌드(Megatrend)로 떠올랐다. 노인이 비만으로 인한 만성 질환 위험이 더 높은 만큼 성인 비만과 관련한 치료·케어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과 WHO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적으로 약 8억명의 성인 비만 환자가 보고됐다. WOF(World Obesity Federation; 세계비만연맹)에 따르면 2030년 약 12.5억명, 2035년 15.3억명의 성인 비만 환자가 발생되고, 2035년에는 과체중이나 비만인 어린이가 무려 7.7억명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 중동,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비만 증가가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 발전과 함께 비만율이 빠르게 증가해 비만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파이낸스스코프>는 비만 치료제의 핵심 트렌드인 GLP-1 RA(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의 현황과 방향성에 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GLP-1’ 기반 치료제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반감기다. 치료제의 반감기는 약물이 체내에 남아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개발 진행 현황은 1일 1회, 1주일 1회 주사제를 넘어 1개월 1회 주사제형으로 진화 중이다.
또한 MASH 치료제, 치매 치료제 등으로 적응증 확대도 활발하다.
◇ GLP-1의 성공을 불러온 1일 제형...1개월 제형 언제?
10일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GLP-1 기반 치료제의 초기 반감기는 정맥 투여 후 약 2분, 피하 투여 후 약 1.5시간이었다.
노보노디스크가 분자 구조 내 특정 아미노산을 치환해 DPP-4 효소에 의해 GLP-1이 분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1일 제형을 만들어, 반전을 이뤘다. 해당 제품이 삭센다다.
노보노디스크는 이후 지방산 결합 방식을 더해 체내 반감기를 늘렸다. 지방산 결합은 펩타이드를 알부민에 결합하게 해 체내 체류 기간을 1주일 까지 늘렸다.
GLP-1 RA의 반감기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은 △분자 구조 수정 △지방산 결합 △PEGylation 기술 적용 △항체의 Fc 영역과 결합 △지속형 제형 기술(마이크로입자 기반 제형이나 서방형) 등이 있으며 노보노디스크, 일라이일리 등이 언급된 기술을 기반으로 1주일 제형 주사제를 개발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1개월 제형 개발은 더딘 상태다.
이 연구원은 “아직 월 제형 GLP-1 RA 개발 속도가 느린 이유는 부작용 문제, 복약 순응도, 비용, 장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아직 월 제형 약물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며, 특히 장시간 노출 시 발생 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복약 순응도는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복약지도를 환자가 이행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1개월 제형은 초기 단계에서의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1개월 제형의 경우,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한 충분한 임상시험과 장기 데이터 확보가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효과적인 체중 감소를 위해 GLP-1과 함께 GIP, 글루카곤 등 이중 및 삼중 작용제가 개발되고 있다. 작년 12월 출시된 젭바운드(GLP-1·GIP 이중 작용제)가 대표적이다.
◇ MASH 치료제, 치매 치료제 등으로 확장 중
심혈관 질환과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 등의 합병증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이중·다중 타겟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 GLP-1·GCG 이중작용제; 베링거인겔하임·질랜드 공동개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 GLP-1·GCG/·GIP 삼중작용제; 일라이 릴리)가 대표적이다. MASH는 간에 과도한 지방 축적물이 쌓이면서 발현된다. GLP-1은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는 만큼 MASH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임도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보두타이드는 MASH 환자 대상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간 섬유화 개선 및 체중 감소 효과를 증명했다”며 “48주간 치료 후 MASH 악화 없이 섬유증 개선된 환자의 비율이 최대 63.8%(반응환자들 대상으로는 83%)를 기록하면서 MASH 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타트루타이드는 비만뿐만 아니라 MASH에서도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광범위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비만 환자 중 골관절염과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 대상 임상3상,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 도출 시점은 2026년으로 추정된다. 임상3상에서도 우수한 결과가 확인된다면 제2의 젭바운드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는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뇌의 인슐린 부족 현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되면 세포 내 인슐린 신호 전달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뇌신경세포 감소와 신경섬유다발 향상을 유발한다.
임도영 연구원은 "GLP-1 RA는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베타 펩타이드의 응집을 조절해주고 파킨슨병에서 도파민을 조절해준다"며 "퇴행성 질환에도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되고 있는 심혈관 질환 치료 효과로 GLP-1 RA의 적응증 확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9일 발간 다올투자증권의 ‘모두가 기다린 마법의 약’ 리포트와 시장 상황을 취재 및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