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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펄어비스 쇼크부터 열광의 크래프톤까지...2024 게임스컴이 남긴 것

FS 콘텐츠팀 기자

입력 2024.08.28 12:58수정 2024.10.1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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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2024년 8월 26일에 공개된 내용입니다.


사진=크래프톤

글로벌 최대 게임전시회 게임스컴 2024가 폐막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이제 한국게임사들이 내수형 모바일 MMORPG를 넘어 글로벌 멀티플랫폼을 향하기 위한 도전 과정이었습니다.

기대감이 빠지며 주가가 크게 흔들린 펄어비스는 막대한 마케팅비를 지출하여 수상 라인업을 올려놓고도 끝내 상을 타지 못했지만, 붉은사막의 흥행 가능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 기반의 액션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들고나왔고, 크래프톤은 던전익스트랙션 장르인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한국판 심즈로 부를만한 인생게임 '인조이'를 앞세워 유럽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또다른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득 품게 됐습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의 다크앤다커 모바일 전시부스/ 사진=크래프톤

◇글로벌 게임시장의 주인공으로 우뚝...비상하는 크래프톤

올해 독일 퀼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은 64개국의 1400개 이상의 업체들이 참가할 만큼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게임스컴에 네오위즈 'P의 거짓'이 3관왕을 수상, 국내 게임사에게도 매우 중요한 행사로 격상됐죠. 실제 이번 게임스컴에 국내 게임사들 또한 역대 가장 많은 게임사들이 참가했습니다. 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대형사는 물론 오션드라이브, 원웨이티켓 등 중소형 게임사들까지 약 30여 개의 업체들이 참가했죠. 이들 모두 내수시장을 넘어 멀티플랫폼 시장으로 나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번 게임스컴에선 단연코 크래프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크래프톤은 올해 게임스컴에 승부수를 띄웠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강력한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게임스컴에 출전한 전체 게임사 가운데 가장 크게 전시부스를 꾸렸고 이는 대형 게임사의 전시부스보다 최소 2~3배 정도 큰 규모입니다. 쾰른 메쎄 대형 컨퍼런스룸을 빌려서 미디어 쇼케이스도 크게 진행했고, 한국 미디어보다 글로벌 미디어들 대상 행사로 진행됐죠.

크래프톤 게임스컴 2024 '인조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시연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크래프톤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한국 게임 개발사 아닌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 완벽히 포지셔닝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한국 오피스에서만 100명 넘게 출장을 왔을 정도죠. 전시부스가 하나당 최소 15억 정도라는데, 여기에 ONL 참여, 쾰른 메쎄 대관, 곳곳의 홍보 포스터까지 합치면 최소 비용만 100억 원을 넘게 집행한 듯 보입니다.

살제 크래프톤은 전시부스 규모부터 다른 게임사들을 완전히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신작게임 '인조이'와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전면에 내세웠고, 글로벌 게임 팬들에게 익숙한 배틀그라운드까지 출품하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는데, '심즈'를 통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경험한 서구권 게이머들은 극사실적인 인조이의 그래픽에 열광했습니다.

현지 전시부스는 가득 찼고, 시연을 위해 2~3시간을 대기하는 게이머들이 줄을 섰을 정도니 유럽 내 인조이 팬덤은 이미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 크래프톤 인조이 디스코드 인원 수도 행사 전에는 5만 명 정도였는데 이제 10만 명에 육박합니다. 스팀 팔로우 수 또한 급증하고 있는데, 이번 게임스컴 기간동안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입니다. 상을 타지 못했지만, 국내 출품 게임 중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단연코 인조이였습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최근 서구권에서 대세 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익스트랙션 장르를 모바일에 최적화한 형태로 구현한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글로벌 게임팬들이 박수를 보냈죠. 서구권 게이머들은 모바일보다 PC, 콘솔 게임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즐기기 위한 시연 대기열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같은 신작 기대감은 크래프톤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게임스컴 오픈 전 신작들의 시장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크래프톤의 주가 역시 연일 신고가를 갱신, 현재 시총은 17조 원에 육박합니다. 아직 IPO 당시의 몸값과 시총을 회복하려면 50%가량의 상승폭이 필요하지만, 올 들어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연이은 깜짝 실적 등으로 주가 부담을 더욱 낮추는 모습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2분기 매출 7070억원, 영업이익 3321억을 기록했고 이는 1년 새 각각 6.2%와 152.6% 늘어난 것입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7~18배 수준으로 글로벌 멀티플랫폼 게임사 대비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진=크래프톤

이는 배틀그라운드의 압도적 매출 성장세 덕입니다. 중국 시장의 마케팅이 다시 힘을 받고 있고 인도 매출이 급증, 배틀그라운드는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신작 모멘텀은 부족하지만 사전 기대감이 그동안 주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아 모멘텀 소멸도 없으니 부담이 없는 상태죠.

당면한 신작은 곧 등장할 다크앤다커 모바일인데, 연내 출시가 목표이며 업계에선 11월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 유사 장르 게임이 없었다해도 해외동시출시인데다 서구시장에서 통할만한 장르인 만큼, 기대를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넥슨과 IP 분쟁을 벌이며 대외 이미지를 구기고도 크래프톤이 매진을 하고 있을까요. 배틀그라운드의 수익성이 더욱 배가되고 있다는 점, 여기에 펄어비스와 달리 곧 신작이 나온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펄어비스

◇나쁘지 않았던 붉은사막...펄어비스 향한 높은 기대치가 문제
(feat:오픈월드답지 않았다)

펄어비스는 이번 게임스컴으로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크래프톤과 정반대의 상황인데, 검은사막 수익성이 빠지며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게임스컴을 향한 시장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만큼 시총을 크게 잃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키워드인 붉은사막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펄어비스는 이번 게임스컴에 플레이 시연 영상 외에도 자체 부스를 꾸려 시연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펄어비스가 B2C 전시부스를 꾸리고 일반 게이머들에게 붉은사막을 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연 영상만으로 글로벌 게임팬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작품인 만큼 붉은사막 부스에는 시연을 대기하는 게이머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현장에선 2~3시간의 대기시간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특히 붉은사막의 전투방식은 단순한 키조작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조작으로도 적을 공격할 수 있지만, 더 강력한 콤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버튼을 연속적으로 누르거나 두 개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합니다. 30분의 시연시간이 부족할 수 있지만, 게임 출시 이후 조작법에 익숙해지면, 훨씬 화려한 액션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진=펄어비스

더불어 펄어비스는 4종 보스 시연 및 관련 영상을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공개했는데 특색있는 4종 보스 시연을 공개한 것을 미루어볼 때, 실제 게임 출시 시 수십 종에 달하는 다양한 보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픈월드지만, 액션에 포커스를 두고 있고 그 부분에선 자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붉은사막의 강점은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오픈월드입니다. 다크소울류와 같은 보스전 탓에 시선이 분산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붉은사막은 오픈월드입니다. 그리고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한 게임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중요합니다. 현실과 같은 그래픽 구현이 특징인 이 엔진은 전투 장면에서 더 빛을 발하며, 게이머의 칼질 한 번에 화면에 구현되는 그래픽 이펙트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시점을 고정하는 '록 온'이 없다는 점과 전투 도중 나오는 '컷신'에서 별다른 화면 전환없이 바로 전투로 돌입한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는데, 오픈월드 특유의 게임 다양성 측면에선 보완해야 할 점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펄어비스가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었음에도 주가가 행사전 대비 20% 빠진 이유는 분명합니다. 일단 여전히 돈을 까먹고 있는 상태에서, 붉은사막의 출시일을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펄어비스는 공식적으로 내년 출시가 목표라는 말을 이어가고 있고 시장에선 내년 3Q에 나올 것으로 보고 주가 흐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 차례 출시일을 미뤄온 만큼, 더 미룬다면 동영상 회사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겠죠.

또 하나는 막대한 마케팅비를 지출하고도 상을 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의 'Best Visual', 'Most Epic 부문'의 수상을 노리고 마케팅비를 투입했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먼저 전해드리기도 했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상을 받지 못했고, 올해 게임스컴에서 3부문을 비롯, Best Trailer까지 4관왕을 수상한 '몬스터헌터 와일즈'에게 완전히 주인공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사진=펄어비스

시연 이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충분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시장기대치를 충족시켜야, 붉은사막이 빠르게 출시돼 수백만 장을 팔아야 현 주가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펄어비스 기본 게임들의 노후도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펄어비스의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액은 81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매분기 점진적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2분기 영업손실액은 58억 원으로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죠. 당분간은 검은사막 대규모 업데이트 외에 마땅한 수익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유저들이 붉은사막에 기대하는 오픈월드의 구현, 탐험 요소의 인게임 공개는 곧 시작될 것입니다. 중국 검은사막 수출 역시, 지금은 기대치가 빠져나갔지만 게임스컴 모멘텀이 소멸된 만큼,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 이벤트는 역시 11월 지스타와 12월 TGA가 있는데, 펄어비스가 이를 악문 상황입니다. 일단 당면한 보릿고개와 재료 및 모멘텀 소멸에 따른 수급 이탈은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붉은사막의 액션성 측면에선 유럽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기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개인적 생각이 듭니다. 이유는 매우 심플합니다.

잘되면 1년에 몇백만 장을 팔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은 붉은사막이 유일합니다. 이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펼치기에 국내 게임사들의 체급이 아직 약합니다. 흥행 산업이라는 점에서 도박이 될 수 있지만, 잘 되면 난리가 난다는 점 때문에 모두가 펄어비스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붉은사막이 검은신화:오공의 선례를 따라가길 기원해봅니다.


그리고 이번 게임스컴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비록 수상에 실패했으나 부스 운영 외에도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어, 이후 게임스컴에서 국내 게임사의 존재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게임스컴을 통해 스팀과 여러 매체가 게임스컴과 관련한 다양한 기획 페이지를 통해 노출 기회를 제공했고, 이는 국내 게임사 흥행 가능성을 추론하기에 좋은 지표로 자리했습니다. 예컨대 스팀 위시리스트 팔로워의 수는 이제 게임 흥행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니 잘 들여다봐야겠죠. 이제 위시리스트의 구매전환율은 리뷰, 얼리억세스 여부, 출시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흥행 여부에 더욱 이목이 쏠릴 것입니다. 실망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게임시장은 기본적으로 흥행산업이고 변수가 많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내수를 넘어 해외에서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섰고, 나름의 경쟁력을 계속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네오위즈 P의거짓에 이어 넥슨 퍼스트 디센던트까지, 최근 1년새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흥행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대형 게임사 모두 리니지라이크를 버리고 선진시장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동성이 잦아든 후, 찾아온 경기침체도 선진시장이 먼저 이겨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서구 타깃 멀티플랫폼 진출은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입니다.

이후 이어질 게임 행사는 오는 9월 말 열릴 도쿄 게임쇼입니다. 실질적 모멘텀은 11월 지스타가 되겠죠. 도쿄 게임쇼에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의 참가 소식은 없지만 중국, 일본 게임사의 신작과 서브컬처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FS 콘텐츠팀 기자 team_contents@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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