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엔진이 K9 자주포 ‘국산 엔진(SMV 1000)’ 공급을 일정대로 진행하고 기존에 보유하던 해외 엔진(MT881) 라이선스를 유지하면서 고객 요청에 전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산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6일 STX엔진 관계자는 “11월부터 정상적으로 국산화 엔진을 양산해 K9 제작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계약은 오는 2026,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프로젝트 진행 도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과 수정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정계약은 제품의 납품 가격 등을 재조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어 그는 “기존에 K9 엔진을 제작하기 위해 활용했던 독일 엔진업체 MTU의 라이선스도 지속적으로 갱신을 이어갈 예정”이라 말했다.
K9 엔진 국산화 프로젝트는 지난 2021년 4월 시작했다. 오는 2025년 12월까지 총 32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STX엔진은 주관연구개발기관을 맡았다. 공동연구개발기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보,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 포함된다.
엔진 국산화 3가지 긍정적인 측면
엔진 국산화는 첫째로 해외 엔진 제조사에 지불했던 기술료 등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산화 엔진을 개발하면서 대부분의 주요 부품을 내재화 했다”며 “이에 제품 제조 및 향후 창정비(대규모 유지보수) 등 여러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K9 핵심 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K9을 수출할 때 MTU 라이선스 보유국인 독일 당국에 일일이 관련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일반적으로 독일과 외교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지역에 K9을 수출하려 할 경우, 독일당국의 엔진 라이선스 승인이 좀처럼 통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특히 중동 지역 수출이 쉽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K9 엔진 국산화 국책과제를 진행했고, STX엔진이 해당 기술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마지막으로 K9 엔진 기술력을 함정 등 타 기기의 엔진도 확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K9 엔진을 국산화함으로써 엔진제어장치, 서브모터, 연료분사조절밸브, 크랭크케이스, 피스톤, 커넥팅로드 등의 부품을 국산화 했다.
정부는 여러 핵심 소재·부품의 자립화 뿐만 아니라 보다 심화된 연구개발 또한 한국 기술력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국산화 엔진은 기존 MTU 엔진보다 경량화 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비측면에서의 성능개선 또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MTU 엔진 제작 라이선스 여전히 필요 '글로벌 인지도..대부분 적용'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1998년 개발이 완료됐다. 1999년부터 20여년 넘게 전국 곳곳에 배치되면서 한국 육군의 주력 장비로 활약해왔다. 현재는 호주, 이집트,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루마니아, 이집트 등 총 10개국에 수출되며 K-방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집트를 제외한 모든 물량에는 MTU 엔진이 탑재돼 수출이 진행돼 왔다.
MTU는 전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엔진 기업이다. 해당 라이선스를 활용해 제작된 K9 엔진은 수 십 년 동안 안정적인 성능을 뽐낸 바 있다.
방산제품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제품으로, 가성비보다 품질 및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향후 K9 자주포에 관심이 있는 국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STX엔진이 거래를 진행할 때 굳이 가성비가 높은 국산화 엔진을 탑재하지 않고, 많은 레퍼런스가 있는 MTU엔진을 탑재해 K9 공급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궁극적으론 STX엔진이 수출되는 K9자주포의 엔진과 관련해서 모두 대응 가능한 셈이다.
STX엔진 관계자는 “당사는 발주처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서 K9 엔진을 제작·공급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산화 엔진 기술력은 물론이고 MTU 라이선스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TU 라이선스를 활용해 K9 엔진을 제작하고 판매할 때마다 당사는 로얄티를 지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일한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