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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발을 뺀 네이버-카카오와 속도 붙이는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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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2024년 8월 19일 공개된 내용입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리플 9월 대규모 국내 행사... 6년 만에 CEO 연단
'살아남은 놈이 강한 것'스스로 입증
지금은 코인 ETF 시대, 탈중앙 거버넌스보다 중요한 기업의 책임
리플, 스테이블코인 첫선...국내 파트너십 발표도 예고
글로벌 코인시장은 지난 주말 비교적 잠잠했습니다. 큰 정치적 이벤트도, 변수도 없이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네요. 스테이블코인 유입량을 보면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습니다. 거듭 비트코인을 모아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국내에선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비트코인 간접투자에 나서 주목을 받았죠. 한화로 무려 4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투자했습니다. 우리 연기금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의심이 이제 확신으로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리플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리플이 국내 모멘텀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플은 발표 하나로 국내 거래액이 조 단위에 이를만큼, 김치코인(?) 시장의 대부로 손꼽힙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높은 사랑을 받고 있는 코인입니다. 단순히 리플을 단타로 매집하자는 측면이 아니라,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이들을 잘 지켜보자는 의도입니다. 이제 알트코인의 경쟁력은 애초부터 밈에서 화력을 증명하거나, 아니면 탈중앙, 경영진 및 재단의 순수함이 아닌 생존과 기업 유틸리티를 증명하는 것에서 나올 것입니다.
리플은 오는 9월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국내 기자간담회를 열고 리플의 비즈니스 현황, 제품 개발 및 국내 신규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외에 모니카 롱(Monica Long) 사장(President),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 최고기술책임자 겸 XRPL 공동창시자(CTO and Co-Creator of the XRP Ledger), 에릭 반 밀텐버그(Eric van Miltenburg) 전략 이니셔티브 수석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of Strategic Initiatives) 등 주요 임원진이 모두 참석합니다.
리플은 그간 국내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처럼 CEO까지 대동해 대규모로 행사를 여는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6년 만입니다.
리플을 짧게 복습해보자면, 지난 2009년 1월 3일 리플 랩스에서 은행 간 이체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고 2012년에 최초로 자체코인 리플을 발행, 생태계를 끊임없이 불려왔습니다. 분명 1세대 코인으로 비트코인과 함께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때만 해도 ICO라는 개념조차 없었기에 해외 VC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지했고, 10년 넘게 국제 송금 서비스에 개발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탈중앙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리플을 퍼블릭 블록체인의 범주로 넣어야 하는가,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코인을 찍어서 대중에게 팔았다는 점은 기존의 알트코인 모두 대동소이하지만, 거버넌스가 기업형이라는 점, 퇴사한 임원진의 대량 매도 이슈 등으로 안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죠. 봉이 김선달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코인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재단이 선정하는 이가 노드로 결정되는 등 재단의 입김이 그 어느 곳보다 강해 퍼블릭 블록체인 중 가장 중앙화된 형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죠. 물론 전체 공급량 중 이제 상당수분을 에스크로에 락업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초창기와 달리 덤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리플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탈중앙 거버넌스 이슈는 그리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시장 수급의 절반 이상이 월가를 비롯한 전통자금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규제 이슈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SEC는 리플 임원진이 XRP를 판매하고 사익을 챙긴 점 등을 이유로 SEC와 법정공방을 이어왔습니다. 또 리플 수익 대부분이 서비스가 아닌 코인 판매 수익인 점도 비판의 이유로 작용했죠. 특히 리플은 미국 규제 기관과 질긴 악연을 이어왔습니다. 약 10년 전인 지난 2015년 리플은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 네트워크(FinCEN)로부터 은행보호법 위반과 비인가 증권 판매, 자금세탁 방지(AML) 절차 미준수 등의 혐의로 7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또 2020년 12월 SEC는 리플을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했죠. SEC는 리플의 코인(XRP) 판매 행위가 리플의 사업 자금 조달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리플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리플은 이후 코인베이스 등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고, 소송 비용으로 수억 달러를 지출하는 등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지난해 7월 법원은 기관 대상 리플 판매만을 위법 행위라고 판결했고, SEC는 갈링하우스, 라센 등 리플의 경영진 개인 대상의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거래소를 통한 유동화에 대해선 법망을 피해 갈 포인트가 생긴 것이죠. 그리고 지난 7일,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의 애널리사 토레스 판사가 1억2500만 달러(약 1700억 원) 상당의 민사 벌금 지불을 명령하며 리플의 소송 이슈는 마무리되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SEC가 요구한 벌금액 19억 달러(약 2조6150억 원)의 약 6%에 불과한 액수가 결정되며, 결국 리플은 벌금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죠. 문제는 SEC의 항소 여부입니다. SEC가 항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1심 법원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로, 올 미국 대선 시기와 임박하게 걸쳐져 있습니다.
사실상 SEC의 항소는 진정한 항소의 측면보다 정치행위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나아가 해리스 시대의 코인기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소법원이 지방법원 판사들의 결정을 뒤집는 사례가 10% 미만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승패 여부보다는 결국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리플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추가 현물 ETF 입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지만, 기업 코인시장은 분명 트럼프의 당선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사실 리플은 지난 2017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코인으로 불렸습니다. 한때 국내에서 개당 가격은 5000원 대까지 치솟았고, 최대 공급량 1000억 개를 적용한 시총은 수백조 원에 달했죠. 지금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코인 중 하나로, 전체 거래량 중 원화 거래량 비중은 2위에 해당합니다. 바이낸스 등 외국 거래소를 사용하는 한국인 사용자를 포함한다면 한국인 거래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플이 인기를 끈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투자하기에 친숙한 이름, 업비트-빗썸 내 거래량이 많다는 점, 그리고 송금이라는 내러티브가 당시엔 획기적으로 다가왔고 실제 여러 은행들과의 파트너십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국내에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일본에서도 다수의 은행들이 리플과 제휴를 맺었죠. 물론 리플 코인이 아닌 리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중심입니다.
실제 리플의 글로벌 주문형 결제 서비스는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즉시 정산 체결 시스템을 사용하므로 서비스의 위험도가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죠. 특히 리플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인 리플USD(RLUSD)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 송금 외 전통 금융 쪽으로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려 합니다. RLUSD는 미국 달러에 1:1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미국 달러, 미국 국채 및 기타 현금과 100% 지원됩니다. 이를 통해 리플을 활용한 금융 비즈니스를 늘려가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줄줄이 발표할 파트너십 역시 이쪽으로 쏠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의 결론은 심플합니다. 리플은 한 영화 속의 대사인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놈이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이 위축된 현 상황이, 개인적으로 참 아쉽습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사례를 만들면, 분명 패스트 팔로워인 우리도 곧바로 따라붙을 것이기에 희망은 여전합니다.
리플은 10년 넘게 코인판에 머물며 살아남았고 SEC와 대등하게 싸우며 수년 간 덩치를 지탱한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SEC 탓에 트럼프 수혜 코인으로 엮긴 것은 안타깝지만, 리플은 더 어려운 상황도 돌파해냈습니다. 그래서 리플이 이제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며, 코인베이스의 최근 리플 재상장을 보며 수급에 대한 이슈도 어느 정도 걷혔다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기업 실증 사례 측면에서 리플은 기대할 것이 많고, 국내외 홍보력을 살펴봐도 이 정도의 자금력을 지닌 사업자는 많지 않습니다. 마침 이날 네이버-카카오 통합코인을 운영하는 '카이아' 재단이 드디어 출범했는데, 사실상 네이버-카카오가 코인에 발을 뗀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합니다.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당분간 코인 유틸리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의 탈중앙이 아닌, 실제 책임질 수 있는 기업의 형태가 전면에 서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과연 리플이 오는 9월을 시작으로 코인 유틸리티 시장에서 존재감을 떨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FS 콘텐츠팀 기자 team_contents@finance-scop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