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FDA RMAT와 BTD 동시 지정의 높은 가치2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의 RMAT(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은 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와 같은 재생의학 분야에서 기존 치료제가 없거나 효과가 부족한 질병에 대해 혁신적 가능성이 입증된 치료제에만 부여된다.
특정 개발 치료제가 치료가 힘든 질병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였을 때 FDA가 적극적으로 개발을 돕겠다고 약속하는 신속 승인 제도다.
또한 BTD(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혁신치료제 지정)는 기존 치료 방법에 비해 효과를 임상적으로 입증한 치료제에 주어지는 FDA의 최고 수준 지정 프로그램이다. 이는 FDA가 약물 개발 초기부터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심사와 허가 과정을 지원해준다는 의미다. 사실상 FDA 승인에 더 가까워진 것을 뜻한다.
국내 제약 바이오 회사가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 중 BTD 승인을 받은 사례 자체가 드물다. 지난 2021년 핑크 시트(Pink Sheet)의 미국 FDA 추적(US FDA Performance Tracker) 분석에 따르면 BTD로 승인된 신약의 절반 이상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FDA 임상 1상부터 최종 승인까지 성공률은 약 9.6%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RMAT이나 BTD를 받은 약물은 있었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받은 사례는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 가지 모두를 지정받은 약물은 극히 드문 사례다. 조인트스템의 이번 지정은 ‘국내 최초’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수준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미국 FDA에 혁신치료제 지정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지정받지 못했다. 또, 한미약품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가 2015년 국내 최초로 BTD를 받았지만, 이후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먼저 시판 승인을 받으면서, '올리타'는 2018년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로 FDA 지원 받을 조인트스템조인트스템은 환자 본인의 지방 조직에서 얻은 줄기세포(자가 지방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해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된 무릎에 국소 주사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쓴다. 면역 거부 반응 가능성이 낮고 안전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국내에서 진행된 3상 임상시험에서 조인트스템은 무릎 관절 통증과 기능 회복 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관절염 환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인 통증지수(VAS)와 관절 기능 지수(WOMAC)에서 모두 뚜렷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점은 조인트스템 치료군이 위약군 대비 통증 감소 효과가 월등히 컸고, 장기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비율까지 현저히 낮췄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조인트스템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FDA 승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처방되는 대부분의 치료제는 진통제, 스테로이드 주사 등 일시적 통증 완화에 그치거나 수술적 접근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에 의존하고 있다.
세포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를 통한 근본적인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는 아직 개발 및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으로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이나 코오롱티슈진의 TG-C 역시 미국에서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연골 재생 세포 치료제 중 FDA 승인을 받은 ‘MACI’는 외상성 연골 손상 치료제로 연 매출이 약 2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케이스로 꼽힌다. 다만 MACI는 외상으로 인한 국소 연골 결손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조인트스템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즉, 조인트스템은 미국 시장에서도 아직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시장의 규모와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82억 1000만 달러(약 10조 8240억 원)였으며, 연평균 8.38%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2년에는 약 183억 6000만 달러(약 24조 202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일시적 통증 완화 치료법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 FDA 지정으로 조인트스템은 앞으로 개발 단계에서 FDA로부터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내 임상시험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허가 절차에서도 우선적으로 심사받게 된다. 사실상 글로벌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 미국 FDA 넘은 조인트스템, 식약처 허가 재차 기다리는 중네이처셀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은 미국 FDA에서 효과를 인정받았지만,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23년 4월 품목허가 신청이 반려됐다.
식약처는 조인트스템이 무릎 관절염 환자들에게서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개선하는 통계적 유의성은 보였지만, 실제 환자들이 느끼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치료 효과가 일부 확인됐더라도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환자 삶의 질을 뚜렷하게 향상시킬 정도는 아니라며, 장기 추적 관찰 자료를 추가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신약의 효과에 더해, 이 약으로 환자들에게 장기적으로 효과가 유지되는지를 미리 입증하라고 한 것을 의미한다.
네이처셀은 이 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네이처셀 측은 "식약처가 요구한 추가 장기 추적자료까지 모두 제출했고, 실제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을 덜 받는 등 명확한 임상적 개선 효과가 입증됐는데도 허가가 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네이처셀이 식약처에 다시 자료를 제출하고 허가를 재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美 FDA에 한국 식약처의 수준높은 프로세스를 적용해 제출했고, 그 결과 혁신치료제 지정에 도움됐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규제 과학의 접근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혁신치료제의 잠재적 이익을 적극 평가하며 개발을 도와주는 반면, 식약처는 확증적 근거 위주로 사후 평가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네이처셀 관계자는 “이번 FDA의 RMAT과 BTD 동시 지정은 조인트스템이 근본적으로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삶을 바꿀 혁신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맞춰 마련한 장기 근거가 FDA에서도 통했다”고 강조했다.
조인트스템이 실제로 글로벌 퇴행성 관절염 시장의 혁신 치료제가 될지, 그리고 국내 바이오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