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의 희토류 전쟁이 트럼프 2기에서 부각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양측의 기술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희토류 정광 처리부터 희토류 자석 기술 까지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IT의 석유로 불리우는 희토류 산업 변화가 예상된다.
◆ 중국의 희토류 정광 처리 기술: 정밀 분리·고순도 추출 공정의 선도적 지위
희토류 정광 처리의 본질은 ‘다양한 희토류 원소(란타넘, 세륨,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를 극미량 단위로도 정확히 추출하고, 이를 산업용 합금화나 자석 제조에 활용 가능한 고순도 금속 형태로 정제하는 공정 능력’이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과 확립된 표준 공정법, 그리고 대규모 설비 집적화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구축해 왔다.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용매 추출(Solvent Extraction)’ 공정의 정교한 운영에 있다. 관련 기술은 유기용매와 수상(물층) 사이에 희토류 금속 이온을 분배시켜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방식을 쓴다. 중국 기업들은 수십 단계에 이르는 추출 칼럼(column) 배열, 온도·pH 관리, 유기용매 조성의 미세 조정 등을 통해 매우 높은 순도의 희토류 금속을 대량 생산해낸다.
또한 이온교환 레진(Ion Exchange Resin)을 활용하는 첨단 분리 기법, 선택적 침전(Selective Precipitation) 전략으로 희토류 원소별 순도 및 수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에도 능하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희토류 분리 과정에서 노이즈를 일으키는 불순 금속(Fe, Ca, Al 등)을 선별적으로 제거하고, 희토류 간 미세한 원자반경 차이나 배위화학 특성을 활용해 희토류 원소별로 분리하는 정량적 제어(Quantitative Control)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측은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희토류 산화물 및 금속 시료를 얻고, 이들의 표준화된 공급체계를 구축한 것이 강점이다.
◆ 네오디뮴-철-붕소(NdFeB) 자석 제조에서의 중국 기술적 우위: 미세결정립 제어와 희토류 도핑 기술
NdFeB 자석 제조 공정은 단순히 희토류 금속을 합금화하는 수준을 넘어, 합금 분말의 미세구조 제어, 소결(sintering) 및 고온 열처리 프로세스를 통한 초고자력(高磁力) 특성 구현이 핵심이다.
중국 기업들은 NdFeB 자석 제조에서 결정립(grain) 크기와 결정립 경계(grain boundary) 성분을 정밀 제어하는 미세구조 공정 기술에 능하다. 이들은 ▲NdFeB 합금 내부에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의 중(重)희토류를 극소량 도핑(Doping)해 고온 안정성과 자기적 특성을 향상시키는 방식 ▲희토류 금속 분말의 구상화(Spherical Powder) 및 표면처리 공법 ▲진공 소결로(Vacuum Sintering Furnace)의 미세 온도 프로파일 제어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자기특성(BH_max, 내한성 등)을 확보했다.
특히 중국 자석 제조 업체들은 NdFeB 자석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고, 미량 첨가 원소 조성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품질관리(QC) 기술까지 내재화하면서 매년 수천 톤 이상의 고성능 자석을 양산 가능한 대규모 설비를 운영 중이다.
또한 친환경 측면에선 기존 소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및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NdFeB 자석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분말 스크랩을 재활용하거나, 저독성 첨가제 및 친환경 합금 분말 제조기법을 적용하는 등 ESG 요소를 생산라인에 반영하고 있다.
◆ 미국 기업들의 기술 격차 해소 전략: 공정 핵심단계 내재화 및 하이테크 융합
미국은 ‘탈중국’을 기치로 희토류 공급망 자립화를 추구하고 있으나, 가장 큰 약점은 정교한 정광 처리 공정과 NdFeB 자석 제조에 필수적인 미세구조 제어 기술 부족이다.
미국 기업들은 우선 희토류 분리 공정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존 용매 추출 기반 공정에 나노기술을 접목한 정제막(Membrane) 분리 공정, 선택적 흡착물질 개발, 전기화학적 분리기법(Electrochemical Separation) 등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주도 하에 국립 연구소(National Labs)와 소재전문 스타트업들이 협업해, 희토류 혼합물로부터 특정 원소를 더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신규 촉매 및 리간드(Ligand)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한 희토류 스크랩(Scrap) 자석 재활용 기술에 투자를 확대, 재활용 통해 희토류 정광 처리 공정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NdFeB 자석 분야에서 미국 측은 기존 소결 자석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신, 신형 제조기법에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첨단 적층제조(3D 프린팅) 기술로 NdFeB 자석을 형상화하거나, 고압가스분무(High-Pressure Gas Atomization)를 통해 구형(球形)의 합금 분말을 균질하게 제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일본, 호주, 한국 소재 기업과 기술 제휴를 통해 사내 노하우가 부족한 소결·열처리 조건 설정, Grain boundary diffusion 기술 등 핵심 공정을 외부로부터 이전받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GM과 MP Materials는 미국 내 자석 공장 건설을 통해 자체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고정밀 온도·환경 제어 장비를 도입해 과거 중국 의존적이었던 미세공정 단계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 격차 해소 전망: R&D 축적과 공정 자동화로 장기전 돌입
단기적으로 중국의 기술 우위는 명확하다. 중국이 세세한 온도 제어, 용매 혼합비율 관리, 희토류 원소별 분리조건 파라미터 데이터를 축적해온 시간적 이점이 크다.
반면 미국은 국가 차원의 R&D 펀딩 확대, 소재공학·화학공학 분야 전문인력 양성, 희토류 전문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희토류 정광 처리 자동화 라인의 구축, 머신러닝(ML)을 통한 최적 추출조건 파악, NdFeB 자석 생산에서 정밀 로봇 공정 도입으로 기술 간극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전략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결국, 미국 측 격차 해소는 ▲친환경·고효율 분리기술 개발(저독성 용매, 선택적 이온교환 소재) ▲정밀 소결·열처리 장비 확보 ▲3D프린팅 및 분말공정 혁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이전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이 중국 수준의 대량 생산 안정성과 자기특성 구현 역량을 확보하려면 최소 5~10년의 지속적 투자와 파일럿플랜트 운영, 기술 표준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희토류 영구자석의 주요 응용 분야 및 성장 전망
전기차(EV) 및 신에너지차는 희토류 영구자석의 핵심 수요처다. 전기차의 구동 모터는 고효율의 강력한 자석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희토류 영구자석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신에너지차 1대당 약 3.5kg의 희토류 영구자석이 사용되며, 세계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650만 대를 넘어섰다.
향후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수요는 2020년 11.9만 톤에서 2050년 75.3만 톤으로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풍력 발전도 희토류 영구 자석의 주요 사용처다. 풍력발전기 터빈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영구자석이 사용되며, 특히 해상 풍력발전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 중국의 경우, 풍력발전 설비 신규 설치에 필요한 희토류 영구자석 수요는 2022년 약 1만 1000톤에서 2025년 1만 7000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도래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주목된다. 휴머노이드 로봇는 다수의 서보모터를 적용한다. 각 모터에 희토류 자석이 필요하며 로봇 1대당 약 4~5kg의 희토류가 소요된다.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희토류 자석의 수요도 급증하는 구조다.
현재 전 세계 네오디뮴 생산량은 약 6만 톤이며, 이를 통해 최대 18만 톤의 희토류 자석을 생산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1억 대에 이를 경우, 약 40만 톤의 희토류 자석이 필요하게 되어 현재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내년 초기 시장으로 진입하고 2026년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희토류 자석의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각국의 주요 자석 소재 기업들은 희토류 자석의 공급을 늘리거나 대체재를 마련해야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대체재를 만들더라도, 안정성이 더 우위 요소인 만큼 희토류 자석의 폭발적인 수요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다.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시장 규모는 약 185억 달러로 추정하며, 2031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292억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취재 인사이트
[인사이트] 중국과 미국의 희토류 전쟁..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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