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자연적으로 전이된 암을 가진 반려견을 대상으로 ‘가짜내성 치료제’ Penetrium(페니트리움)을 기존 항암제와 함께 투여한 결과, 항암제가 전이암 병소에 효과적으로 도달해 전이암을 실질적으로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전 세계 암 사망자의 약 90%가 전이암에 기인한다. 다만, 지금까지 전이암은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고 면역세포 접근도 어려운, 치료 불가능한 단계로 인식돼 왔다.
이번 연구는 기존 항암제를 반복 투여한 뒤 치료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 이른바 ‘가짜내성(pseudo-resistance)’ 상태에서 Penetrium을 병용했을 때의 효과를 봤다.
회사에 따르면 Penetrium은 종양 미세환경을 재조정해 기존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전이암 병소까지 도달하도록 돕고, 전이 부위를 실질적으로 축소시켜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이암이 ‘치료 불능’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뜨린 세계 최초의 생체 기반 입증 사례라고 주장했다.
해당 실험은 전임상 전문기관 컬프에서 진행됐으며, 유선암(원발암)으로부터 다양한 장기로 암이 전이된 자연발생성 종양을 가진 반려견이 대상이었다.
1차 투약은 폴리탁셀을 주 1회씩 총 3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일정 기간 휴지기를 거친 뒤 2차 투약이 진행됐다. 2차 투약은 대조군에겐 폴리탁셀을 반복 투여하고, 실험군에는 폴리탁셀과 Penetrium을 병용했다.
그 결과 실험군에서는 모든 전이암 병소에서 종양 크기 감소가 확인됐고, 단독 항암제 투여군 대비 최대 1.45배 높은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병용 투약군의 전이암 병소에서의 반응이 원발암보다 더 강하게 관찰됐다. 병용군의 원발암 병소에서는 최대 38.7%의 종양 축소율이 나타난 반면, 전이암 병소에서는 이보다 1.47배 높은 최대 56.9%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Penetrium이 전이 전 단계에서 형성되는 ‘전이 전 니치(pre-metastatic niche)’를 차단하고, 종양 주변의 세포외기질(ECM)을 연화시켜 기존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전이암 병소 깊숙이 도달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항암제를 반복 투여할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원인을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로 인한 ‘진짜 내성(true-resistance)’으로 해석했으나, 현대바이오는 이를 ‘약물 도달 실패’에 따른 가짜내성(pseudo-resistance)으로 재정의했다.
항암제를 반복 투약하면 ECM이 더욱 단단하게 경화되고, 전이 전 니치 형성과 간질압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약물과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전이암 치료 실패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Penetrium은 ECM을 연화시켜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 미세환경 조절제로, 가짜내성을 해결하기 위해 ‘도달 실패’를 치료의 주요 타깃으로 삼는 전략이다. 이번 반려견 실험은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사고의 전환만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생체 내에서 실증한 첫 사례로 의미를 갖는다.
현대바이오와 현대ADM은 이번 반려견 실험에 앞서 삼중음성유방암(TNBC) 마우스 모델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Penetrium과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해 전이 억제율 87.8%, 종양 괴사율 최대 37.5%의 우수한 성과를 얻은 바 있다. 이는 전이 이전에 가짜내성을 해소함으로써 전이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이번 반려견 실험은 이미 전이된 암이 존재하는 생체 내 환경에서 병소를 실질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의의를 지닌다. Penetrium 병용 요법은 전이암의 예방뿐 아니라 치료 효과까지 확보한 셈이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대표는 “이번 반려견 실험은 Penetrium 병용 투여가 이미 전이된 암조차 치료 가능함을 생체 내에서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결과”라며 “Penetrium은 종양 미세환경을 조절함으로써 기존 항암제가 전이된 병소 깊숙이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전이 자체를 예방함과 동시에 이미 진행된 전이암까지 치료할 수 있는 첫 번째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가짜내성(pseudo-resistance) 극복을 통한 전이암 예방 및 치료’를 주제로 이번 반려견 전임상 실험 결과와, 마우스 모델에서 확인된 전이 억제 데이터를 포함한 Penetrium 병용요법의 전임상 성과 전반을 오는 25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