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초 조만장자(Trillionaire)에 한 발 더 다가섰다.
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 본사에서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머스크에게 최대 1조달러(약 144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주식 보상안을 승인했다. 이번 표결은 찬성률 75% 이상으로 통과됐다.
이번 보상안 통과로 머스크는 테슬라의 미래 방향성, 즉 단순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중심의 ‘초자동화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비전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를 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주주들이 머스크의 장기 성장 비전을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안건의 가결에는 머스크의 지분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테슬라는 지난해까지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두고 있어 CEO 본인이 보상 관련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최근 본사를 텍사스주로 이전하면서 머스크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승인된 보상안은 전 세계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향후 10년간 머스크가 미리 설정된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총 12단계에 걸쳐 약 4억2300만주(전체 보통주의 12%)를 지급하는 구조다. 순 보상 규모는 8780억달러(약 1270조원)로 추산된다.
보상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첫 단계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현재 1조5000억달러(약 2173조원)에서 2조달러(약 2898조원)로 끌어올려야 하며 최종 목표는 8조5000억달러(약 1경23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누적 차량 인도 2000만대 ▲완전자율주행(FSD) 유료 구독 1000만건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 100만대 생산 ▲로보택시 100만대 상업 운행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4000억달러(약 579조원) 달성 등의 경영 지표가 포함돼 있다.
주총 전까지는 보상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치열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주주서한을 통해 “보상안이 부결될 경우 머스크가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 역시 테슬라의 지배력 강화를 강하게 희망했다. 그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가 로봇 군대(Robot Army)를 만든다면, 그에 대한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보상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머스크 리더십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과도한 보상 규모와 주식 희석, 핵심 인물 리스크를 우려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뉴욕 공적 연기금 역시 반대표를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