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잠정 실적에 따르면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9% 늘어난 수치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분기 수익성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4조4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상승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2조5975억원(순이익률 52%)을 기록해 전년보다 119% 급증했다. 이번 실적은 직전 최고치였던 올해 4~6월 기록(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출하 증가와 D램·낸드 가격의 본격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 측은 "고객사들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메모리 전 부문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며 "HBM3E 12단 제품과 서버용 DDR5 등 수익성 높은 제품군 판매가 늘어나 지난 분기 최고 실적을 다시 경신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서버 수요 증가로 128GB 이상 대용량 DDR5 제품의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낸드 부문에서도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 AI 서버용 기업형 SSD의 판매 비중이 커지며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27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조9000억원 증가했고, 차입금은 24조10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3조8000억원의 순현금 보유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AI 서버의 연산 부담을 다양한 인프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고성능 DDR5와 eSSD 등 메모리 전반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주요 AI 기업들이 전략적 제휴를 연이어 체결하며 AI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내놓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HBM은 물론 일반 서버용 메모리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군에서 고른 수요 증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양산 중인 최첨단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버·모바일·그래픽 등 전 영역의 D램 제품군을 갖춰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낸드에서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기반 TLC, QLC 제품의 공급을 늘려 고객 요구에 부응할 방침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맞춰 회사는 D램과 낸드 전 제품에 대해 내년 물량까지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에 대한 협의도 모두 마무리하고 출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갖춘 6세대 HBM4는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며 업계 최고 속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이 제품은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해 내년에는 판매를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클린룸을 조기 오픈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한 청주 M15X 팹을 통해 신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늘어날 계획이며, 시황에 맞는 최적화된 투자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AI 기술 혁신으로 메모리 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전 제품 영역으로 수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과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하면서 AI 메모리 부문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