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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증시

독일, 768조원 특별예산 추진... 군비 증액·인프라 투자 가속화

배도혁 기자

입력 2025.03.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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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정치권이 군비 확충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대규모 특별예산 편성을 추진한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4일(현지시간) 연정 협상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10년간 5000억유로(약 768조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독일 연방정부 예산 4657억유로(약 715조원)을 초과하는 규모다. 또한 국방비 조달을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넘는 신규 부채를 허용하는 내용의 부채한도 규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 = Unsplash

독일 헌법에는 신규 부채를 GDP의 0.35% 이하로 제한하는 '부채제동장치'로 불리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2009년 재정건전성을 위해 도입됐으나, 경기침체 대응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는 국가 부채가 유럽연합(EU) 권고 기준인 GDP 대비 60%를 밑도는 경우, 신규 부채 한도를 1.4%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까지 양당은 국방비 증액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앞서 경제학자 자문단은 국방비 4000억유로(약 614조원), 인프라 투자비 4000억~5000억유로(약 614조~768조원) 수준을 제안했다.

모니카 슈니처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은 나토(NATO)의 국방비 목표가 GDP의 3.5%로 상향 조정될 경우, 독일은 연간 1500억유로(약 230조원)의 국방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특별예산 조성 계획에 따라 독일은 GDP의 1% 수준인 450억유로(약 69조원) 이상의 추가 국방비 투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앞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000억유로(약 154조원) 규모의 국방 특별기금을 편성했으며, 해당 기금은 연간 약 200억유로(약 31조원)씩 소진돼 2027년이면 고갈될 예정이다. 현재 정규 국방예산은 연간 500억유로(약 77조원) 수준이다.

특별기금 조성과 부채한도 규정 개정을 위해서는 연방의회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다음 주 연방의회에 특별기금 조성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메르츠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안보 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독일과 유럽의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츠 대표는 원래 부채한도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안보 부담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는 등 안보 정세가 급변하자 입장을 바꿨다.

양당은 녹색당의 협조를 받아 이달 내 특별예산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 새 의회가 구성되면 국방비 증액에 반대하는 좌파당과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의석 수가 개헌 저지선(재적 3분의 1)을 넘게 되어 특별기금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좌파당은 군비 증강을 반대하며, 특별예산이 통과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AfD 또한 "미국 새 행정부의 평화 노선을 따라야 한다"며 국방비 증액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메르츠 대표가 총선 승리 후 군비 확충 계획을 발표하자 "선거 사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독일 정치권이 국방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예산 편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의회 논의 과정에서 각 당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도혁 기자 dohyeok8@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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