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사임을 요청해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밝혔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며 통화정책 완화를 이어나갔다. 파월 의장은 12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피했다. 시장은 이를 바탕으로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통령 연준 이사 해임 요구 “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아”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사임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으며, 연준 이사진의 해임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에도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리다고 비판하며 연준의 독립성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적용할 계획을 공언하며 자국 제조업을 강조해 왔다.
파월은 트럼프의 감세와 관세 정책이 연준의 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법 개정과 정책 시행에 시간이 걸리므로, 당장 연준의 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재정적자 경로가 지속 가능하지 않아 경제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재정 적자가 경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 25bp 금리인하…파월 “12월 금리인하 찬성도 배제도 안해”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여 4.5~4.75%로 조정했다. 9월에 큰 폭의 인하(50bp)를 단행했으나 이번에는 '스몰컷'(25bp)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3.25%)와의 차이는 150bp로 좁혀졌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는 지난 9월 미셸 보우먼 이사가 반대했던 점과 대비된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최근 경제 활동은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고용시장도 전반적으로 완화돼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위원회 목표인 2%를 향해 진전 중이나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원회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대략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9월에는 2% 목표치를 향한 진전을 보다 확신했으나, 이번에는 '더 큰 확신'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찬성도 배제도 하지 않는다"며 유동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12월 FOMC 전까지 고용보고서 한 건과 인플레이션 보고서 두 건을 참고해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가 12월 25bp 인하 가능성 상향..내년엔 ‘스킵’ 가능성도
시장은 파월의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12월 25bp 가능성을 보다 높여 잡았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25bp 추가 인하 확률은 74.5%로 전날(69.9%)보다 높여잡았다. 동결 가능성은 29.5%에서 25.5%로 낮아졌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휘트니 왓슨은 “연준은 예상대로 25bp를 인하했고, 12월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최근 데이터 강세와 재정 및 무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연준이 양적완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년에는 금리인하 ‘스킵(건너뛰기)’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이토로의 미국 담당 애널리스트 브렛 켄웰은 “파월 의장이 미국이 견고한 경제 기반을 유지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며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연준은 몇달 전보다 고용시장과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더 편안해 보인다”고 평했다.